여기서 또 하나 언급할 부분은 대상에 대한 홍상수 감독의 ‘관찰’에 대한 의미다. 이 과정은 그의 영화적 변화 과정을 설명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는 대상을 통해 내면으로 들어오고, 그 과정을 통해 다시 대상으로 나아간다. “저는 어떤 대상을 보면, 바로 제가 사고하는 구조를 보는 것 같아요. 내가 왜 이렇게 느끼고 있나, 내가 왜 이렇게 반응을 하나…. 그 반응이 관심사가 되는 거죠.” 그는 그러한 생각이 ‘몸’ 안에서 일어나며, 몸의 변화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하는 것에 따라 자신의 영화가 서서히 변해간다고 말한다. “바깥을 보고 저를 보고, 좀 더 명료해지면 다시 바깥을 보고…. 이러한 과정을 반복한 시간이 있으니까 변화가 생기고, 주변 인물들이 그 시간마다 다르게 포착되는 것 같아요. 그 포착되는 강도나, 표현하려는 자세도 달랐던 것 같고. 그런 과정이 그대로 영화에 배어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이것은 내면의 억압이 조금씩 풀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는 영화를 시작할 때, 사춘기적 나이에서 태어났다고 생각했거든요. 안에서 굉장히 헝클어져 버린 것? 억압이 결정화된 것? 그러다가 큰 것이 풀리고, 거기에서 파생되었던 작은 억압들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걸 보게 되면서, 점점 현재의 나에게 가까운 곳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최소한의 거리가 유지되는 한도 내에서요.”
결국 그에게 영화를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그 억압을 풀어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자기만의 억압이 있잖아요. 매일 그렇게 살아나가다 보면 그 억압을 풀 겨를이 없는데, 예술가의 축복이라면 남들 일할 시간에 그걸 쳐다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그것을 잘 형상화하면, 저와 공감할 수 있는, 비슷한 억압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그 작품이 뭔가를 줄 수 있겠죠. (자신의 억압을) 거리감을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해줄 수도 있고. 괜히 쓸데없는 데 시달렸다는 자극을 줄 수도 있고요.” 대상을 내면화하고 그것을 다시 대상에 투영하면서, 좁게 보았던 대상을 조금씩 넓게 보는 과정은 홍상수 감독에게 있어 “영화를 통해 행복해지는 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의 결과물인 ‘영화’를, 관객들과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