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산>의 송해성 감독은 “설경구가 웃으면 나도 기뻤고 그가 울면 나 역시 슬퍼졌다. 이렇게 현장에서 감정적이었던 건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나는 설경구의 연기에 푹 빠져 살았다”고 말한다. 이동진 기자는 “<공공의 적>에서 (가장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연기’를 하면서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설경구의 캐릭터 창조력에 대해 평하기도 한다.
많은 젊은 배우들이 닮고 싶은 배우 1순위로 지목하는 설경구의 연기 신념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연기하지 말자”이다. 그에게 있어서 연기란 “내 말을 하는 것, 포장해서 말하지 않는 것”이다.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 4년 내내 배운 것도 “말하라, 숨 쉬어라, 연기하지 마라”였다. “이창동 감독님이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같은 말을 하시더라고요. ‘연기하지 말아 주세요.’ 연기라는 게 별 게 아니에요. 그냥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거예요.”
벌써 10년이 넘는 세월을 배우로 살아 왔지만 그는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을 숨길 수 없다. 연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면 한없이 자책하며 침잠하기도 한다. 크랭크인 할 때는 여지없이 떨리고, 크랭크업 하면 눈물을 훔칠 정도로 아쉽다. “50년 넘게 연기한 70대의 대선배님도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떨리신대요. 연기란 게 참 즐겁지만 즐기긴 어려운 일이에요.” 그는 지난 10년의 연기 인생을 “그냥 왔다”고 담담히 정리한다. “100퍼센트 완성을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100을 향해 아등바등 별 짓 다하며 가고 있어요. 그 100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거예요.” 10년 전 어느 인터뷰에서도 그는 “영원히 ‘진짜 배우’가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여전히 그때의 불안과 열정을 품고 있는 설경구는 인터뷰를 마치고 묵묵히 차기작인 <용서는 없다>의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카메라 앞에서 남몰래 손에 땀을 쥐고, 촬영장 한 구석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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