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의 연기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아마도 ‘뉘앙스’는 그의 연기를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것은 어떤 계획이나 의도보다는, <살인의 추억>(03)의 형사 박두만이 그랬던 것처럼 어떤 ‘감’에 의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뉘앙스는 특유의 ‘말 맛’과,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표정 속에 존재하는 미묘한 느낌이 결합되면서 생성된다. 어떤 장면의 어떤 연기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조금은 낯간지럽지만 ‘연기의 비법’ 같을 것을 물었을 때, 조금은 맥 빠지게도 그의 대답은 “그냥 그렇게 툭 연기했다”는 것뿐이다. 그는 캐릭터를 ‘이해’하려고는 하지만, 꼼꼼히 분석한다거나 그 배경을 연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연기는 자신감이거든요.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다면, 캐릭터에 대한 어떤 분석도 필요 없어요. 후배들이 가끔 연기에 대해 물을 때가 있는데, 사실 제가 어떤 해법이나 비법 같은 걸 가지고 연기하는 건 아니거든요. 후배들에겐 그냥 ‘많은 생각을 하지 마라’고 해요. 연기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다 보면,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요. 그러면 그 생각 안에 스스로 갇히게 되고요.”
그는 시나리오도 한 번 정독한 후엔 읽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보면 볼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그것은 현장에서 연기자가 발휘할 창의성을 제한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어떤 역할이고 어떤 감정이라는 것 정도는 전체적으로 알고 있어야죠.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지금 찍고 있는 그 장면에 집중한 채,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툭’ 하는 거죠. 다음 장면이 뭐라는 것조차 생각하지 말고요.” 최민식은 <조용한 가족> DVD 서플먼트에서 송강호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감각이 있어도 배우는 일단 몸으로 표현해야 하잖아요. 설득력 있게. 그런데 송강호는 그게 완벽하게 표현이 되죠.”
그래서 그는, 형사나 신부 역할을 맡았다고 해서 그들과 일정 기간 동안 함께 지낸다거나 그러진 않는다. 그는 <나쁜 영화>(97)에서 행려 역할을 맡았는데, 장선우 감독은 행려 역을 맡은 배우들이 실제 행려 생활을 경험하기를 원했지만 송강호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연기라는 건 어떤 모방에서 온다기보다는, 자기 안에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어떤 연기든 자기가 편안하고, 자기 안에서 나오는 연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없죠. 연극영화과 나오고 공부 많이 하면, 모두 훌륭한 감독, 훌륭한 배우가 되어야 하잖아요. 근데 그렇진 않죠. 그 논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결국 다 자기가 해결해야 할 몫인 거죠.”
유난히 편집실에 자주 가는 습관이 혹시 연기력의 원동력은 아닐까 싶어 질문을 던져도, 섭섭한(?) 대답이 돌아온다. “편집실은… 정말 시간이 남아서 가는 거예요.(웃음) <박쥐>(09) 때도 편집실에 자주 갔는데, 저녁에 박찬욱 감독님과 술 한 잔 하고 싶어서 간 거죠. 하지만 바쁠 땐 못 가요. <우아한 세계>(07)는 다른 작품과 겹쳐서, 편집실에 한 번도 못 갔어요. 제가 ‘작품의 연장선상’ 같은 의미로 편집실에 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전혀 아니에요.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해도, 무슨 이유가 있어서 간다는 것처럼 기사를 쓰시더라고요. 으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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