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감독과 다양한 성격의 영화를 작업하면서, 그는 감독의 의도를 가장 충실하게, 그러면서도 안정적이며 인상적으로 옮기는 촬영감독이 되었다. “새로운 감독과의 작업이 저에게 새로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홍상수 감독과의 작업을 예로 들면, 사실 첫 작품에선 쉽지 않았어요. 좋은 장면에 대한 느낌이 달랐으니까요. 그래서 그 사람을 느껴 보려고 했죠. ‘도대체 저 장면을, 뭘 보고 예쁘다고 하는 걸까.’ 제가 어떤 ‘그림’을 만들기보다는, 그 감독 안으로 들어가서 왜 이렇게 만들까 생각해보는 거죠.” 그러다 보니 <극장전>에선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줌’(zoom)을 이용한 장면이 등장하게 되었고, <해변의 여인>은 서로에 대한 신뢰감으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홍상수 감독 영화로 촬영상 후보에 오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해변의 여인>이 후보에 올라서 깜짝 놀랐죠.(웃음).”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도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동세대의 감독들과 주로 작업했던 김형구 촬영감독이었기에, 10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봉준호 감독이 조금은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박하사탕>의 화면에 반한 봉준호 감독은, 첸카이거 감독의 <투게더>(02)의 중국 촬영장까지 와서 <살인의 추억>의 카메라를 부탁했다. “정말 똑똑한 감독이 한 명 나왔구나 싶었어요. 엄청나게 많은 준비를 했고, 한 신 한 신 조목조목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보다 나이는 꽤 어리지만 나중엔 ‘존경심’까지 생길 정도였죠.(웃음)” 콘트라스트가 강하지 않은 화면을 만들기 위해 ‘블리치 바이패스(bleach bypass. 현상 과정에서 필름의 은 입자를 남기는 것) 기법을 사용한 이 영화는, 김형구 촬영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또 다른 세계를 열었고 그것은 <괴물>로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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