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한 작가의 시나리오는 철저히 현실에서 시작한다. 그의 동생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넘버 3>(97) <세기말>(99)을 만든 영화감독인송능한은 이렇게 말한다. “형님이 늘 말씀하는 것은, 영화 속의 인물들에겐 사람의 땀 냄새가 나야 하며, 그들의 발은 땅을 디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란 결국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 또, 시나리오는 머리가 아니라 발로 써야 한다는 말씀도 자주 하신다.”
“(작업 방식을 말한다면) 생긴 대로 우직한 편이었어요.(웃음) 별로 영리하진 못했지만, 이상하게 책임감은 남 다른 편이었고. 주문을 받은 작품에 대해서는, 그 작품의 격이나 질이 어떻든 간에 몸을 던지다시피 했어요. 그건 순전히 역량 부족과 우직한 성격 탓이었던 것 같아요.” 송길한 작가의 시나리오가 지닌 힘은, 그런 우직함과 함께 ‘현장’에서 나온다. 영화는 허구일 수밖에 없지만, 임권택 감독이 말한 것처럼 송길한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는 “허구이되 우리 삶 안에, 생활 안에 늘 있는 내용”이다. “작가가 책상 앞에 앉아 상상력에만 의존해서 쓰는 것과, 그 작품에서 일어나는 상황이나 등장하는 인물을 비슷하게라도 경험해서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거든요. 그런 경험에서 얻어지는 아이디어가 실제 영화에서 표현되면, 그 이미지가 지니는 생명력은 대단해요. 그래서 저는 실제로 장소를 헌팅하지 않거나 인물을 만나 취재하지 않으면 거의 작품을 쓰지 않았어요.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 부분은 강조해요. 직접 체험은 안 하더라도 접근은 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그리고 그는 촬영 현장을 자주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책상 앞에 앉아 썼던 것과 실제 현장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 사이엔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대사가 변할 수도 있고. 녹음실에서 대사 녹음이 끝날 때 비로소 시나리오가 끝난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 보니까 그렇게 체질화되어 있더라고요.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것이 중요하지만, 단순히 상상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언제부터인가 했던 것 같아요.”
철저한 현장성과 함께, 송길한 작가의 스타일에서 중요한 것은 플래시백 구조다. 좀 더 스피디한 진행 때문을 위해서인지 최근 한국영화에선 잘 사용하지 않지만, 송길한 작가는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는 내러티브 구조 속에서 감정적 울림을 만들어낸다. “<짝코>나 <길소뜸>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일단은 30년 이상의 긴 세월을 담기 위한 방법이겠죠. 그 세월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선, 과거의 아팠던 기억들이 현재의 플롯과 복합적으로 잘 얽히게 하고, 그 기억이 현재의 이야기에 강한 추동력을 주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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