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에겐 ‘연기론’이 없다. <접속>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11편의 영화를 찍으며 수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그 어디에도 연기는 이렇고 배우는 저렇다고 정의 내린 적이 없다. 이건 ‘배우 전도연’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다. 이창동 감독, 송강호와 함께한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밀양>(07)을 제외하면, 그녀는 “시나리오를 보지 않고는, 영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딱히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한다는 기준은 없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다른, 나의 감성과 맞아떨어지는 작품을 선택했어요. 전작과 다른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나 계획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고요. 생각처럼 현실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걸 일찍 깨달았거든요. 그저 순간순간 최선의 기회에 최선의 선택을 할 뿐이죠.” 사랑에 대한 갈증을 ‘인공 눈물’로 달래며 컴퓨터 앞에 앉는 외로운 ‘여인 2’(접속)으로 ‘신세대 멜로 대표주자’로 떠오른 뒤, 운명의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지는 겁 없는 의사(약속)로 ‘멜로의 여왕’ 자리를 굳히고, 화장기를 지우고 산골마을로 들어가 수줍은 짝사랑에 달뜬 열일곱 살 소녀(내 마음의 풍금)가 되었던 과정은, ‘의도적인 변신’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녀를 움직이는 힘은 ‘감성’, 즉 배우의 본능이었다.
매 작품마다 완벽히 다른 인물로 나타나기에 “영화 속에 전도연은 없다”는 평을 듣기도 했지만, 이건 대단한 오해다. “지금까지 제가 연기했던 인물들은 솔직히 내 안에 있는 인물 중 하나예요. 내 안의 나를 끄집어내고 있었던 거죠. 나도 알지 못했던, 아마 배우가 아니었다면 죽을 때까지 발견하지 못했을 나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전도연 속의 전도연들’은 매번 평단과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며 연속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굳이 ‘칸의 트로피’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 필모그래피만으로도 전도연의 비범함을 쉽게 증명된다.
하지만 세상이 그녀의 비범함을 알아채기까진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전도연 스스로는 “평범해서 그렇다”고 말하곤 했지만, 그것은 그 비범함이 ‘주머니 속 송곳’이 아니라 ‘국보급 백자’ 타입이기에 그렇다. <씨네 21>의 김혜리 기자는 전도연이 “공주를 가슴에 품고 사는 세상 모든 여자를 연기해왔다”며 전도연의 ‘평범을 가장한 비범함’을 묘사한다. “전도연이 분한 여성들은 먹고 살기 바쁘다. (중략) 말단 사무직 유니폼이 이렇데 착 달라붙는 여배우는 달리 없을 것이다. 정확히 말해 전도연은 평범하다고 눈속임할 수 있는 종류의 아름다움을 가졌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가장 먼저 알아본 사람들은, 함께 한 감독들이었다. <접속>의 장윤현 감독은 “스타성이나 미모, 화려함으로 승부하지 않아도 연기로 대성할 연기자”라고 평했고, <내 마음의 풍금>(99)의 이영재 감독은 “화려한 젊음과 미모가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와 넒은 연기폭으로 무한한 변신의 가능성을 가졌다. 무엇보다 ‘연기’하는 전도연은 예쁜 배우다. 긴 생명력을 예감한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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